2007-10-26, 염기웅(carl@jnccompany.com.jnc)
<참고> 상기한 저자 이메일의 .jnc는 스팸 방지용입니다.
2007년 한국시리즈 3차전. 눈살이 찌뿌려지는 경기입니다. 선수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더군요.
제 글을 읽기 전에 부디 어느 팀 팬이건 간에, 냉정한 판단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일단 응원팀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우리가 반대편 팬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 김동주의 모습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추태입니다. 적당히 어필하고 의사표명을 하는 것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 논란이 되는 것은, 이혜천의 김재현에게 던진 투구가 고의성이 있었느냐는 것인데, 저는 일단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 그래서 이혜천을 퇴장시킨 것은 오심에 가까운 판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김재현의 경우, 놀라서 약간의 어필을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은 들지만, 약간 오바했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1차적으로 분위기가 추슬러졌을 때 지속적으로 말을 해서 상황을 지속시킨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많은 분들이 빈볼의 원인이라고 말씀하시는 홈스틸은 사실 전혀 문제될 것 없는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때는 6회로, 중반이었으며 두산은 과거 한국시리즈에서 한 이닝에 12점을 낸 적도 있습니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단기전에서 점수차이가 많이 난다고 도루나 스퀴즈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아닌것 같습니다.
이혜천의 투구가 고의성이 있었을까요? 어떤 분은 있었다고 말씀하실 것이고, 어떤 분은 그럴리 없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의사표명하는 것은 좋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의견을 표출할 자유와 권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심판의 퇴장 판정은 어떻습니까?
의견을 '표출'하는 것과 퇴장을 명하는 '판정'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판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일단 무죄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일반 법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의 판정이라면 모든 빈볼은 '무죄'로 판명이 나겠죠. 공을 던진 투수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심판에게 약간의 재량권이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재량권을 갖더라도, 정황상 최소 50% 이상의 확률이 있어야 '유죄' 판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오늘 이혜천의 투구를 '빈볼'이라고 규정한 것에 무리가 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 김재현은 몸에 공을 맞지 않았다.
- 투구가 위협적이라고 하기에는 김재현 뒤쪽 땅볼로 공이 갔다.
- 김재현이 놀라기는 했지만 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몸에 맞는 공이 될 수 없었다.
이혜천의 투구는 정황상 '빈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몸이 맞지도 않았고, 그리 위협적이라고 볼 수도 없었으며, 김재현이 피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몸에 맞지 않는 공이었습니다. 이러한 공을 앞뒤 흐름만을 생각하여 '빈볼'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해 보입니다.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김재현이 적절히 어필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면, 이혜천 선수에게 퇴장이 내려졌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일종의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지도 않을까요?
저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팬들이 우선이다', '어린이들이 보는데' 이러한 식의 양비론에 앞서 (양비론은 너무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에 도움은 주지 않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과격하지 않게, 이성적으로, 오늘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하여 '빈볼'이라고 규정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네티즌끼리 만들었어 보았으면 합니다. 이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미미하지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댓글, 트랙백 모두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