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knowyoume.pe.kr/main/view.asp?seq=1134&crm=d
‘앞으로 5년 안에 새로 등장할 산업 가운데 시장규모가 5,000억원 이상 될 분야를 3가지 이상 골라 그 근거를 제출하시오.’ ‘그룹 계열 패션 브랜드 중 한 브랜드 상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하시오.’
이 거창한(?) 질문들은 지난 2002년 하반기부터 패션 회사 이랜드를 지망한 입사 지원자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지원자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대신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해 여러 주제 중 하나를 골라 기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들이 낸 보고서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걸러낸다. 선택받은 소수의 지원자들은 면접 대신 임원들 앞에서 자신의 보고서를 프리젠테이션(PT)한다. 발표를 마치면 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고, 답변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기 일쑤다. 이를 토대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랜드는 2002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런 방식의 채용을 실시해 총 네번에 걸쳐 약 30여명을 뽑았다.
보통 기업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고, 서류 통과자에 한해 필기시험이나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와 달리 이랜드가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채용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실무와 관련된 지식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직원을 뽑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진 이랜드 채용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업기획서를 내려면 직접 패션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하고 패션 산업에 대한 시각을 키울 수밖에 없다. 패션산업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기획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기획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기획부서에서 기획담당자가 사업 전략을 짜면 이를 다른 부서들이 실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는 인사·영업·마케팅 등 현업 부서에서도 직접 기획을 하고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인사팀·영업팀 등 업무별로 나뉘어 있던 기업체의 부서 이름도 지금은 인사기획·영업기획·마케팅기획식으로 달라지고 있다. 상품기획팀에서 제품을 기획한 뒤, 유통과 영업을 별도로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브랜드 매니저가 모든 것을 총괄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매니저 체제 하에서는 제품 출시를 앞두고 시장조사를 거쳐 브랜드를 런칭하고 운영까지 맡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업’보다 ‘영업기획’이 중요
포스코 인재개발원의 경우, 직원들이 연수원에서 며칠씩 받던 기획력 교육 과정이 올 들어 온라인 교육으로 바뀌었다. “기획부서가 아닌 실무부서 직원들 가운데 이 과정을 듣겠다는 지원자가 늘어나 오프라인 교육 과정을 온라인 교육으로 돌렸다. 현업 인력이 부족하면 업무 진행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만큼 실무자들에게 기획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개발원의 박종원 차장은 “나 역시 인사가 아니라 인사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며 “점점 실무자들에게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획력을 강조하는 추세다. 생산성 혁신운동인 6시그마 운동을 시작한 뒤 변화가 더욱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겸 기획자’가 각광받는 시대
전문가들은 기획형 인재의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로 “기업의 경쟁 환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시대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정확한 사전 기획에 따라 사업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전문가 겸 기획자’를 원하는 시대가 왔다”고도 한다.
「100억짜리 기획력」의 저자인 하우석 공주영상정보대 교수는 “과거에는 기획실에서 3∼5년짜리 장기 전략을 짰는데, 변화의 주기가 매우 짧아진 디지털 시대에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단기 전략도 매우 중요해졌다”며 “현업에서 직접 기획을 하고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기획 전문 포털 사이트 플랜업의 이정훈 사장은 “과거에는 디자이너·엔지니어 같은 전문가가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이 무엇을 디자인하고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를 기획하고 런칭하는 기획자가 세배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성뿐 아니라 기획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 회사 타워스페린의 박광서 사장은 “부서 이름이 ‘영업’ 대신 ‘영업기획’ 등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무조건 있는 물건을 들고 나가 파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잘 팔릴 것인가를 연구한 뒤 실행하는 것이 효율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그저 성실한 인재를 선호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창의력과 추진력을 갖춘 기획형 인재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손발’이 될 사람보다 ‘머리’가 될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획형 인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인재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타워스페린 박사장은 “기업 내부 인재의 기획력을 키워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년에 걸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데 당장 필요하다 보니 외부의 기획형 인재를 데려오려는 스카우트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고 말한다.
이정훈 플랜업 사장은 “기획은 반짝 하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철저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수립하는 전략으로, 실행에 앞서 기획을 제대로 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과 달리 기획력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일을 찾고,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연봉제가 확산될수록 기획형 인재는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이혜경 기자 (vixen@joongang.co.kr)
‘앞으로 5년 안에 새로 등장할 산업 가운데 시장규모가 5,000억원 이상 될 분야를 3가지 이상 골라 그 근거를 제출하시오.’ ‘그룹 계열 패션 브랜드 중 한 브랜드 상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하시오.’
이 거창한(?) 질문들은 지난 2002년 하반기부터 패션 회사 이랜드를 지망한 입사 지원자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지원자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대신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해 여러 주제 중 하나를 골라 기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들이 낸 보고서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걸러낸다. 선택받은 소수의 지원자들은 면접 대신 임원들 앞에서 자신의 보고서를 프리젠테이션(PT)한다. 발표를 마치면 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고, 답변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기 일쑤다. 이를 토대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랜드는 2002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런 방식의 채용을 실시해 총 네번에 걸쳐 약 30여명을 뽑았다.
보통 기업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받고, 서류 통과자에 한해 필기시험이나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이와 달리 이랜드가 보고서와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채용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실무와 관련된 지식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직원을 뽑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진 이랜드 채용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업기획서를 내려면 직접 패션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하고 패션 산업에 대한 시각을 키울 수밖에 없다. 패션산업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기획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기획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기획부서에서 기획담당자가 사업 전략을 짜면 이를 다른 부서들이 실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는 인사·영업·마케팅 등 현업 부서에서도 직접 기획을 하고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인사팀·영업팀 등 업무별로 나뉘어 있던 기업체의 부서 이름도 지금은 인사기획·영업기획·마케팅기획식으로 달라지고 있다. 상품기획팀에서 제품을 기획한 뒤, 유통과 영업을 별도로 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브랜드 매니저가 모든 것을 총괄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매니저 체제 하에서는 제품 출시를 앞두고 시장조사를 거쳐 브랜드를 런칭하고 운영까지 맡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업’보다 ‘영업기획’이 중요
포스코 인재개발원의 경우, 직원들이 연수원에서 며칠씩 받던 기획력 교육 과정이 올 들어 온라인 교육으로 바뀌었다. “기획부서가 아닌 실무부서 직원들 가운데 이 과정을 듣겠다는 지원자가 늘어나 오프라인 교육 과정을 온라인 교육으로 돌렸다. 현업 인력이 부족하면 업무 진행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만큼 실무자들에게 기획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개발원의 박종원 차장은 “나 역시 인사가 아니라 인사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며 “점점 실무자들에게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획력을 강조하는 추세다. 생산성 혁신운동인 6시그마 운동을 시작한 뒤 변화가 더욱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겸 기획자’가 각광받는 시대
전문가들은 기획형 인재의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로 “기업의 경쟁 환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시대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정확한 사전 기획에 따라 사업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전문가만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전문가 겸 기획자’를 원하는 시대가 왔다”고도 한다.
「100억짜리 기획력」의 저자인 하우석 공주영상정보대 교수는 “과거에는 기획실에서 3∼5년짜리 장기 전략을 짰는데, 변화의 주기가 매우 짧아진 디지털 시대에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단기 전략도 매우 중요해졌다”며 “현업에서 직접 기획을 하고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기획 전문 포털 사이트 플랜업의 이정훈 사장은 “과거에는 디자이너·엔지니어 같은 전문가가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이 무엇을 디자인하고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를 기획하고 런칭하는 기획자가 세배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성뿐 아니라 기획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인사·조직 전문 컨설팅 회사 타워스페린의 박광서 사장은 “부서 이름이 ‘영업’ 대신 ‘영업기획’ 등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무조건 있는 물건을 들고 나가 파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잘 팔릴 것인가를 연구한 뒤 실행하는 것이 효율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그저 성실한 인재를 선호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창의력과 추진력을 갖춘 기획형 인재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손발’이 될 사람보다 ‘머리’가 될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획형 인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인재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타워스페린 박사장은 “기업 내부 인재의 기획력을 키워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년에 걸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한데 당장 필요하다 보니 외부의 기획형 인재를 데려오려는 스카우트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고 말한다.
이정훈 플랜업 사장은 “기획은 반짝 하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철저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수립하는 전략으로, 실행에 앞서 기획을 제대로 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과 달리 기획력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일을 찾고,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연봉제가 확산될수록 기획형 인재는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이혜경 기자 (vixe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