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5-12-22 18:09]

21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호남고속도로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허기와 탈진, 연료 바닥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 10시간을 버틴 운전자들. 하지만 이들은 외롭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 백양사 휴게소 김은수 상무(45)가 ‘큰일 났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은 21일 오후 3시였다. 제설작업을 해도 금방 다시 쌓이는 눈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역꾸역 자동차가 밀려들었다. 오후 6시. 더이상 차량이 들어올 공간은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차를 버리고 걸어들어오는 행렬이 시작됐다. 삽시간에 500여명의 인파가 휴게소를 가득 채웠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속에 고속도로를 몇시간 걸어온 이들은 휴게소에 들어서자마자 허기와 피로에 쓰러졌다. 휴게소 안은 물론 직원 숙직실까지 문을 열었다.

김미연 대리(27)가 앞장서자 40여명의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지친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추위를 덜기 위한 오뎅국물이 무상으로 전해졌다. 음료수와 호두과자, 어묵 등 간편하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들은 모두 동원됐다. 이날 백양사 휴게소가 건넨 구호품은 3백50여만원어치에 달했다. 하지만 눈벼락을 맞은 이들에게 더 소중한 것은 휴게소 직원들의 ‘사랑’이었다.

주유소 직원 4명은 ‘투입조’로 편성됐다. 플라스틱 기름통을 양손에 들고 고속도로를 뛰었다. 도로공사로부터 수신된 지점을 물어 물어 찾아가 기름을 부었다. 기름값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도로공사 백양사 톨게이트도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빵과 음료수를 구하기 위해 3㎞ 떨어진 슈퍼를 향해 여직원까지 배낭을 둘러메고 왕복으로 뛰었다. 비좁은 숙직방은 허기진 운전자를 위한 식당이 됐다. 비상용으로 비치했던 컵라면 3상자도 동났다.

밤새 고립됐다가 이날 아침 돌아간 김만석씨(53·전남 목포시)는 “휴게소 직원들의 살신성인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양사|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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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세상에는 괜찮은 사람들이 많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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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w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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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야인 2005/12/23 1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속도로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 이번 백양사 직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사업적 이윤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지나는 길이 있으면 꼭 들르겠습니다. 부디 사업 번창 하시기 기원 합니다.